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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by 멈춘그대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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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10점
단요 지음/사계절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수레바퀴 이후의 세계
2020년에 사계절출판사에서 시작한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3회를 맞았다. 죽음에 맞서 싸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단명소녀 투쟁기》(1회, 현호정)와 애도와 생존을 위해 고요히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을 담은 《골목의 조》(2회, 송섬)를 잇는 세 번째 수상작이 나왔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의 작가 단요는 2022년에《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3년에 박지리문학상과 동시에 문윤성 SF 장편 대상(《개의 설계사》)을 받은 주목받는 신예다. ‘수레바퀴 이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오르면서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세상을 그려나간다. 심사를 맡은 이기호 작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계’라고 했듯이 단요 작가는 수레바퀴의 세계를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은 이러하다.
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도 검증할 수 없는 원판, 즉 ‘수레바퀴’는 인간의 정수리에서 50센티가량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개인의 청색 영역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든 평균적으로 65퍼센트 전후고, 주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조차 70퍼센트를 넘기 어렵다. 두 영역의 비율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 강도와 같은 중범죄는 초범의 경우 평균적으로 5에서 15퍼센트 사이의 변동을 보이고 살인은 그보다 더 크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의 수레바퀴에도 적색 영역은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다국적 수레바퀴 컨설팅회사 디코럼 한국법인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러하다.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내게 충분한 것을 기꺼이 나누려는 태도 말이죠. 이게 보통 사람들의 평균치인 65퍼센트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나머지 35퍼센트는 복잡하고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그중에서 비교적 쉬운 것들을 가지겠지만 정치인이나 기업가에게는 더욱 어렵고 많은 도전 과제가 주어집니다.”(55쪽)

‘디코럼’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상황과 신분에 어울리는 것을 일컫는 문학 용어이기도 한데, 이 회사는 각자의 직분과 영향력에 따른 목표, 즉 적정률을 찾아준다.
기후와 환경과 생태와 자본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세계에서는 지금 당장 덜 만들고 덜 쓰고 많이 나누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청색과 적색 영역의 비율에 따라 사후세계가 결정되어도 결국엔 확률 게임이라는 것이다.

대각선 병상의 바늘은 적색에 멈춰 있다. 그림자가 검은 연못처럼 열리더니 앙상한 손들이 청년의 영혼을 붙잡아 뜯어내는 중이다. 그런데 당신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것은 어둠으로부터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이 아니라, 청년의 원판에서 청색 비중이 9할이 넘어간다는 사실이다.(8-9쪽)

운명을 피할 방법은 없다. 수레바퀴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며, 부디 청색 영역이 늘어나기를 기원할 뿐….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https://youtu.be/5GzpJ5W4B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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